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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학교전담경찰관으로서 나아가야 할 길
등록일 2014.06.30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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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전담경찰관으로서 나아가야 할 길

 

어린이날에 사랑스러운 5살 조카와 청주 시내를 걸어간 경험이 있다. 나름 즐거운 기분을 느끼게 해 줄 요량으로 바쁜 부모를 대신해서 조카를 데리고 나오는 길이었기에 아이가 마냥 좋아할 줄 알았다. 시내를 함께 걸은 지 10여분, 아이가 갑자기 울먹거리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모와 떨어진 아이가 다소 울적해진 줄 알고 이리 달래고 저리 달래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때 아이의 왼쪽 신발끈이 풀린 것을 보고 다시 매어주려고 고개를 숙였다가 위를 쳐다보고는 깜짝 놀랐다. 아이의 눈에서는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신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안아주고서야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세상을 즐거운 얼굴로 구경하기 시작했다.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학교전담경찰관으로 일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내가 느끼는 가장 어려운 점이 학생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일이다. 많이 접근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새 멀어지는 학생들을 바라볼 때마다 내가 학교다닐 때 이랬으니 저 친구들도 당연히 이러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얼마나 큰 착오인지 실감할 때가 많다. 세상에 때묻지 않은 5살 조카의 눈높이도 잘 맞추지 못하는 어른이 가치관 혼란이 많이 오는 학생들의 시선을 맞추기 어려운 것은 어쩜 너무나도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7센터에 접수된 전국의 학교폭력 피해신고는 총 101,524건으로 하루 평균 278건에 달했다. 건수는 많지만 신고에 소원했던 학생들이 상담을 많이 신청해온 것을 생각하면 그동안 막혀있던 소통의 창구가 생겼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학교전담경찰관이 그 소통의 중심에 서 있다.

 

학교전담경찰관의 역할은 당연히 학교폭력 예방이다. 학교폭력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주먹이 오가는 원초적인 폭력과 몸이 아니라 마음을 구타하는 언어폭력이 두 가지고, 요즘 새로이 등장하며 학생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이버 폭력이 있다. 단순한 폭력은 사소한 시비로 빚어지는 경우가 많고 워낙 감시의 눈이 많이 생기면서 학생들도 스스로 정화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단순한 욕설이 오가는 언어폭력이 상담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많으나 온라인에서 글로써 상대방의 마음을 부수는 사이버 폭력이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단계까지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학교전담경찰관이라는 이름으로 경찰이 학교에 들어온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요즘 많이 느끼고 있다. 처음에는 경직된 사고와 무서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아이들이 차츰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비록 내 입장에서는 사소한 일일지라도 상담을 해오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다만 학교전담경찰관으로서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시선을 더 내려야 하지 않을 까 한다. 얼마 전부터 의경이 함께 교육을 담당하면서 학생들의 상담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멋진 오빠와 말하고 싶은 마음에 조금은 황당한 상담이 있기도 하지만 진정성 있는 상담건수도 전보다 훨씬 많이 늘었다. 20대 초반인 의경이 자신들에게 더욱 가깝다고 느낀 학생들이 마음을 쉽게 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경찰관으로 학교에 접근했지만 어쩌면 학생들은 해결사보다 자신들의 마음에 공감해주는 친구나 누나 같은 사람을 더 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또한, 학생들의 문화가 변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진정한 우정은 천천히 익어가는 과일과도 같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무엇을 이루는 데 시간의 경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있다. 학교전담경찰관으로써 한 달 또 한달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보일 때가 많다. 물론, 학교 내외에서 학교전담경찰관의 역할과 활동이 중요하지만 오랜 시간이 변화의 필수 조건임을 잊지 말아야 겠다.




                                                                                                                       여성청소년과 순경 이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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